본문 바로가기

은퇴이야기/기타

배뇨장애

KBS에서 방송하는 ‘생로병사의 비밀’을 자주 본다. 오래 전에 ‘특집’이라는 명목으로 방영했던 ‘마음’편과 ‘사랑’편 시리즈는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매우 유익했던 프로그램으로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한 달 전쯤 ‘노년의 눈물 – 전립선 질환’편을 보았다. ‘전립선비대증’ 발병률의 60대 평균은 한국이 23%, 미국이 36%라고 한다. ‘아는 게 병,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런 종류의 정보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은 경험으로 알고 있으나, 야간뇨 때문에 수면장애를 겪는 나로서는 무심할 수가 없었다.


여러 해 전에 어느 분이 건강보조식품인 ‘차(티)’로 야뇨증을 치료했다는 게시글을 읽고 부러워하는 댓글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그걸 본 다른 분이 고맙게도 그걸 구입해서 미국에서 부쳐주었다. 그분의 정성을 생각해서 열심히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효과가 별로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분의 고마움을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런 분들을 잊지 않기에 오늘도 글을 쓴다.


내 경우는 ‘전립선비대증’은 아닌 것은 분명하다. 미국에서도 자다가 소변 때문에 잠을 설치는 일이 많아서, 비뇨기과에서 ‘전립선비대증’ 검사를 받아보았고, 3~4년 전 제주에서도 검사했으나 내 나이에 정상이라고 했다. 하지만 자다가 한두 번은 반드시 일어나 화장실에 가야하는 불편은 지속되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일’은 ‘삶의 질’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잘 먹고, 또 다른(?) 잘 싸는 일에는 지장이 전혀 없으니까 나머지 문제도 해결할 수만 있으면 해결해서 삶의 질을 높이고 싶었다. 단식의 결과인지는 몰라도 열대야 속에서도 최근에는 잘 자는 편이다. 소변 때문에 깨지만 않는다면.


이 달 초에 당뇨검사를 위해 병원에 갔을 때, 소변 횟수를 묻는 의사에게 야간뇨의 어려움을 말했더니 비뇨기과 진료를 권했다. 그렇게 해서 만나 본 비뇨기과 의사는 소변검사와 혈액검사를 처방하고, 3일 동안 소변일지를 써오라면서 계량컵을 주었다. 그에 의하면 정상적인 소변횟수는 하루에 6~8회, 1회 소변양은 적어도 300cc 정도다.


3일 동안 아무데도 가지 않고 소변을 보는 시간과 양을 기록하며 생각했다. 소변을 보는 간격은 3~40분에서 4~5시간까지, 양은 120~400cc까지 다양했다. 수박을 먹었다거나 술을 마시면 1시간도 안 되어 오줌이 마려웠고, 양도 적지 않았다. 자다가 첫 번 깰 때는 다시 잠이 드는데 별 문제가 없었으나, 두 번째 깨는 경우에는 그게 3시든 4시든 그냥 일어나는 게 현명한 처사였다. 잠을 자는 것도 아니면서 엎치락뒤치락만 할 뿐이니까.


지금까지 살면서 소변횟수나 양이 문제가 된다고 의식한 적은 없었던 듯하다. 직장생활 중에 기안을 하거나 문제를 해결할 때, 생각을 집중해서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기획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럴 때에는 요의가 약간만 느껴져도 생각에 방해가 되어, 안 가도 되는 화장실을 찾는 버릇이 있었다. 이런 버릇이 습관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강하게 들었다. 요의가 있더라도 참았다가, 세 시간을 넘겨 화장실에 가면 양도 대부분 300cc를 넘었다.


3일 후에 다시 만난 비뇨기과 의사는 혈액과 소변검사에서 아무 이상도 없었다면서 ‘토비에즈(Toviaz)’라는 약을 2주간 처방했다. 구글링 해보니 ‘화이저(Pfizer)’의 ‘과민성 방광치료제’였다. 나이든 자매님들의 요실금 치료에도 쓰이는 약이다. 저녁 식후에만 복용하는데, 첫 일주일은 야간뇨가 더 심해지고 소변이 나오는 것도 꽤 힘들게 느껴졌다. 심지어 두 시간마다 깨기도 했다. 2주째가 되자 전과 같이 1~2회로 회복되었다.


2주 만에 다시 만난 의사가 이번에는 같은 약을 5주 처방했다. 자다가 깨는 것은 요의 탓이 아닐 수도 있다는 소견을 덧붙였다. 하지만 그건 내가 더 잘 안다. 첫 번째 깨는 것은 거의 요의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일종의 습관성이자 직업병이다. ‘과민성 방광’도 틀림없어 보였다. 3주째인 지금 약이 어느 정도 듣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다. 가급적 3시간마다 소변을 보며 계량을 하는 요즘은 하루 6~8회에, 양은 230~350cc 정도다.


미국에서 심한 스트레스로 불면의 밤을 보냈던 시간이 있었다. 매일 저녁 위스키를 큰 컵으로 한 잔 뱃속에 붓지 않으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렇게 잠이 들어도 서너 시간 후에는 화장실 가느라고 일어나면 수면은 그걸로 끝이었다. 지금의 제주생활은 그것에 비할 수 없이 좋아졌다. 그래서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생각은 못하고 감수하고 살아야 하는 불편쯤으로 알았으나 고칠 수만 있으면 고쳐서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


대단한 것도 아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면 그뿐이다.


<후기>

나이가 들었다는 뻔뻔함이 이런 지저분한 ‘똥, 오줌’ 이야기도 털어놓게 만들었습니다. ‘생로병사’에서는,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이런 종류의 고통을 지닌 채, 삶의 질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아주 많다고 합니다. 그러니 저와 비슷한 문제가 있는 분들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글을 쓰게 만들었습니다.


스트레스가 가득한 세상에서 나이가 들어 갈수록, 기본적인 생명수단에 문제가 생깁니다. 해서 이런 경험의 공유가 의미가 있다고 확신합니다.

'은퇴이야기 >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식 그 후(斷食 後)  (0) 2016.09.18
잡담한설(雜談閑說) - 15  (0) 2016.09.04
Google News 사용하기  (0) 2016.08.20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을 보고  (0) 2016.03.09
동(東)과 서(西)의 차이(續編)  (1) 2014.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