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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내가 경험한 이민생활

내가 살았던 뉴저지를 소개합니다.

(2013년 1월 13일에 작성한 글)

 

미국의 50개 주(州)들은 각각 특색이 있다고 들었다. 미국에서 오래 산 어떤 분으로부터 주의 경계를 넘으면 경치는 물론 보이는 색까지 일변한다는 말을 듣고 일리있다고 생각했지만, 중부나 서부는 몰라도 최소한 동부는 아닌 것 같다.


뉴저지는 하와이, 로드아일랜드, 델라웨어에 이어 가장 작은 주다. 한국에서 면적이 가장 넓은 경상북도(대구 포함 약 2만 ㎦)보다 약간 크지만(약 2.2만 ㎦), 인구는 대구 포함 경북인구의 1.5배인 9백만 가까이 거주하며, 주(州)단위 인구밀도는 미국에서 가장 높아서 일본의 평균인구밀도(337명/㎦)보다 높은 유일한 주(459명/㎦)다. 50개 주에서 면적은 네 번째로 작지만, 인구는 11번째로 많다. (출처: 위키피디아)


위도상으로는 38도선 이북, 황해도나 평안남도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4계절이 뚜렷하고 Garden State라는 닉네임 답게, 사람 사는 동네가 대부분 숲속에 자리하고 있어 여름철에는 하이웨이 또는 웬만한 도로에서는 사람들 사는 동네는 커녕 밤에는 불빛 하나 보기 힘들다. 따라서 가을에는 낙엽을 치우기위해 타운에서 불도저를 동원할 정도이고, 골프를 칠 때는 페어웨이 한가운데로 정확하게 볼을 날려도 낙엽 속으로 굴러들어가면 찾기를 포기해야 한다. 대신 화창한 가을날 골프장의 경치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지금도 잊지 못하는 가을의 환상적인 홀이 있다. 뉴저지 최고의 퍼블릭인 플랜더스 밸리 레드-골드 코스의 15번 홀 티에서 그린을 내려다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했었다.


주산업은 제약산업으로 주정부 수입의 40% 가까이가 제약회사로부터 나온다. 존슨앤존슨의 본사가 있고, 화이저, 베이어, 노바티스, 머크 등 세계적인 제약회사의 대부분이 뉴저지에 있다. 토마스 에디슨의 고향이며, 한 때 세계 최대의 기업 AT&T의 헤드쿼터와 연구소가 있던 곳이기도 하다.


모르는 사람들은 '맨하튼' 하면 뉴욕을 떠올리지만, 뉴저지는 맨하튼과 허드슨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어 뉴저지 최대 도시인 뉴왁에서 지하철(패스 트레인)을 타고 몇 정거장만 가면 맨하튼의 중심인 브로드웨이나 월스트릿(지금은 없어졌지만, 월드 트레이드 센터)이다. 맨하튼에 일터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뉴저지에 거주한다. 따라서 맨하튼과 가장 가까운 공항도 뉴욕에 있는 JFK나 라과디아가 아닌 뉴저지 뉴왁공항(911 이후에 명칭이 바뀌어 지금은 리버티 국제공항)이다. 911 사건에 연루된 항공기 두 대가 이곳에서 떳다.


코넥티컷과 함께 손에 꼽히는 부유한 주(州)다. 학생 일인당 교육예산이 연 9천불로 미국에서 1,2,3 위 안에 항상 들어있다. 세 아이들이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8천불이 넘는 프로퍼티 텍스도 그리 아까운 줄 몰랐다. 평균 하우스 인컴이 8만불을 넘지만, 리빙 익스펜스가 그만큼 비싸기 때문에 미국 중산층 3대 직업인 경찰, 간호원, 교사 직업만으로는 홈 오너가 되기 힘들고, 로우 인컴 3대 직업인 델리버리, 웨이츠리스, 캐쉬어로는 허름한 아파트 렌트 생활도 어렵다고들 한다.


재밌는 것은 톨비를 뉴저지는 받지 않지만, 뉴저지 인접주에서는 받는다는 것이다. 뉴저지에서 뉴욕으로 터널이나 다리를 통해 건너갈 때 뉴욕에서는 톨비를 받는데, 뉴저지로 들어올 때는 받지 않는다. 한쪽에서 받아서 서로 나누는 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은 하이웨이를 타고 펜실베니아로 갈 때도 마찬가지다. 세일즈 텍스가 싸기 때문에 뉴요커들이 뉴저지에 왔다가 돌아갈 때는 개스스테이션에 들려 개스를 가득 채우고 간다. 먹고 마시는 것에 세일즈텍스가 붙지 않는 것은 당연하지만, 몸에 걸치는 모든 것, 즉 옷, 모자, 장갑, 신발, 양말 등에도 세일즈텍스가 없어 뉴요커들의 쇼핑장소로 주말이면 유명한 몰마다 파란 색의 뉴욕 플레이트를 단 차량들이 가득하다.


한여름에는 100℉ 이상 올라가기도 하고, 한겨울에는 0℉ 이하로도 떨어지지만,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내가 살던 모리스 카운티에서는 퍼블릭 코스가 3월 마지막 주말에 오픈하고 쌩스기빙데이가 있는 주말이 지난 후 클로징한다. 12월까지는 눈을 좀처럼 볼 수가 없지만, 봄이 오는 것도 늦어서 4월까지는 히팅이 필요하다. 아주 드문 경우지만 11월 말이나 4월 초에 폭설이 내리기도 한다. 캘리포니아에 사는 분들은 추워서 어떻게 사느냐고 할지 몰라도, 이곳의 겨울은 겨울의 휴식이 있고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


북쪽으로는 뉴욕, 서쪽으로는 펜실베니아, 남쪽으로는 델라웨어가 있고 동쪽은 해변이다. 동부의 라스베가스인 아틀랜틱시티가 남쪽 해안에 있으며, 아이비리그이자 동부 최고 명문인 프린스턴 대학이 있다. 한인들은 주로 북부 뉴저지에 살고 있는데, 팔리세이드 팍과 포트리가 자리한 버겐카운티가 한인 최대밀집지역으로 뉴욕시와는 조지워싱턴 브릿지를 사이에 두고 있다. 캘리포니아(LA), 뉴욕, 일리노이(시카고)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한인이 살고 있는 주가 아닐지 모르겠다.


할리우드가 LA로 이전하기 전에는 뉴저지 포트리에 있었다는 것을 아는 분들은 별로 없다. 또한 독립전쟁 당시 의 유적지가 많아 한국의 경주같은 곳이기도 하다. 특히 모리스 카운티 캐피탈인 모리스 타운은 멜 깁슨이 주연한 '패트리어트'라는 영화에 등장하기도 한다. '워싱턴 장군은 모리스 타운에서 적들과 대치중에 있습니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그 모리스 타운에서 독립전쟁 중 수백명의 독립군이 동사했다는 유적지가 있다. 200년 가까이 된 성당과 교회 등 역사적인 건물이 있어 중고등학교에서 수학여행을 많이 오는 곳이기도 하다.


'♪고향이 따로 있나, 정들어 살면 고향이지' 라는 유행가 가사대로, 서울에서 나고 자라 고향을 모르던 내게 40대 전부와 50대의 절반을 보낸 뉴저지가 어느새 마음 속의 고향으로 자리 잡았다. 어디 여행 갔다가 돌아올 때, 뉴왁공항에 내리면 집에 온 듯한 푸근함을 느끼곤 했다. LA 사는 분들은 '천사들의 도시'가 최고 좋은 곳이라고들 하지만, 뉴저지에 익숙한 내게는 삭막하기만 한 곳이었다. 물가 싸고 어디서나 한국말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외에는.


외로움이 느껴지는 깊어가는 겨울밤에 문득 정들어 고향(?)인 곳이 생각나서 기억나는 대로 읊어 보았다.^^


<후기>

혹 잘못된 내용이 있거나 추가할 내용이 있으면 뉴저지에 사시는 분들은 댓글로 바로 잡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사시는 곳의 소개나 자랑 올려주실 분 환영합니다. ㅎㅎㅎ

 

- 뉴저지 최남단 케이프 메이 선셋비치에서 바라본 석양의 모습. 케이프 메이에서 카페리를 타고 델라웨어로 갈 수 있다.

File:Cape may.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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